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바보 아내의 사랑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별 탈 없이 수십년을 함께 잘 살아온 평범한 부부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부인이 보통의 사람들과 약간 달랐던 모양입니다. 생각과 행동이 조금씩 모자라는 사람이었지요.

 

한 번은 남편이 볼일이 있어 꽤 여러 날 집을 비웠답니다. 그 사이 이웃에 무슨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떡을 돌렸다는군요. 부인은 별 것 아니지만 그 떡을 혼자 먹을 수 없어 남편이 올때까지 단단히 보관을 해 두었습니다. 사랑하는 남편이 돌아오면 함께 오손도손 먹을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이 부인이 어떤 사람입니까? 조금 빠지는 사람이었죠. 남편 생각에 잘 보관한다고 한 것이 제법 더운 날씨에 아랫목 이불 속에 떡을 꽁꽁 싸매서 넣어두었던 것이죠. 안타깝게도 남편이 돌아왔을 때 그 떡은 이미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사람의 부인이 다소 모자라는 건 이미 동네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일인지라 그의 온전치 못한 행동들은 종종 동네 사람들의 술안주거리가 되곤 했죠. 이번 일도 곧 소문이 퍼져 나갔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의 좋은 안주거리가 되었습니다.

 

마침 그 남자도 참석했던 어느 술자리에서 여느 때처럼 사람들은 그를 놀려댔습니다.

"그래 그 떡은 잘 자셨는가?"

"어때? 먹을만 하던가?"

"하하하 " ......

평소 마음씨 좋고 그들이 이러는게 하루이틀이 아닌지라 잘 참아 왔던 그이지만, 그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버럭 화를 내며 한 마디 했습니다.

"그래. 내 마누라는 바보다. 그런데 니들 그 잘난 마누라가 니들이 어디 오래 나갔다 오면 콩 반쪽 남겨놨다 주더냐?"

이 한 마디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큰아버지께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동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더군요.

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신념

우리는 안정된 지위, 편리한 생활, 익숙한 환경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을까요?

 

친척 분 중에 목사님이 있습니다. 저 아래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목사가 되신지도 오래 되었고, 자식들 다 잘 키워 안정된 직장에 좋은 배필 구해 시집장가 잘 보냈으니 걱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부부간에 화목하고 신도들에 존경 받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분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분이 훌쩍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동남아의 어느 나라로 떠나버린 겁니다. 이미 60이 넘은 나이에 위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 것이죠. 처음 소식을 들었을땐 새삼 놀라웠습니다. 목사까지 된 분이니 그 분의 신앙심이야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나이에 이만큼 일궈놓고 그것을 다 버리고 동남아라니...

 

그 분 말씀을 들으니 그곳은 참으로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일단 날씨가 너무너무 덥답니다. 우리나라 여름날의 더위는 봄날이라는군요. 흘러내린 땀으로 옷이 푹 젖어 몸에 달라붙어서 벗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의 생활 수준은 우리나라 5~60년대의 생활을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국의 거지조차도 그 곳 사람들보다는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을거라 하더군요.

 

그 분이 그곳으로 간지도 벌써 1년도 넘은 듯 합니다. 수개월 전에 그 분을 봤을 때, 얼굴이 무척 수척해지셨더군요. 사실 저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위에 종교에 관계된 분들이 적잖이 있지만 그야 그분들의 사정이지 저는 어느 종교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오히려 종교를 조금 싫어한달까요..) 그리고 그 분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존경심이 처음으로 들더군요. 내 가족이 있고 나의 모든 것이 있는 익숙하고 편리한 내 조국을 떠나 그 분을 그곳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저마다 가슴속에 다른 꿈과 신념을 갖고 삽니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혹은 철학적인... 저마다 이런 것이 있지만, 과연 정말로 그것을 가슴에 크게 품고 그 어떤 역경이라도 딛고 나가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나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과연 무엇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이 들더군요...

2009년 10월 11일 일요일

온한글 - 한글사랑 이벤트

온한글에서 이벤트를 하는군요.

 

두 가지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선물은 같습니다. '엉뚱상상 손글씨 폰트 패키지' 나 '손글씨 폰트' 를 줍니다. 사실 선물로 주는 물품이 모든 분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만, 굳이 선물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이벤트 참여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야말로 한글사랑을 위한 행사니까요.

 

각각의 두 이벤트 페이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http://onhangeul.tistory.com/263
http://onhangeul.tistory.com/265

 

첫번째 링크는 블로그의 프로필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이벤트입니다. 저처럼 마땅한 블로그 프로필 이미지가 없는 분들께는 꽤 괜찮은 이벤트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온한글에서 무료로 만들어 주는 것이니 만큼 나중에 이미지에 대한 시비가 생길일도 없을테구요.

 

두번째 링크는 한글사랑 위젯 이벤트입니다. 제 블로그 우측 상단에 있는 세종대왕 위젯이 그것이죠. 제법 모양새도 예쁘고 한글사랑 홍보도 할 수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달아보시길 추천합니다.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한글 - 아끼고 가꾸려는 관심이 조금 더 필요하겠죠? 많은 분들이 동참하셨으면 합니다. (무명 블로그라 파급력이 약해서 아쉽군요)

2009년 9월 23일 수요일

농작물 절도, 농촌인심 운운마라!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에 나포 되었다. 배에는 한 가득 꽃게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결단코 고의적 영해 침범이 아니며, 그저 실수였다고 한다. 해경은 이들을 [.....] 하였다.

 

자, 괄호 안에는 어떤 문구가 들어가는게 옳다고 생각하시는가?

1. 무죄방면 하였다.(배에 수북~히 실린 꽃게와 함께 중국으로...)

2. 영해침범 및 불법조업 혐의로 입건하였다.

아마 다들 2번을 선택하셨을 것이다. 당연하다. 실수라 할지언정 그들은 우리 영해를 침범했고, 그곳에서 불법조업 중에 적발되었다. 그리고 배에는 그 증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야산에서 밤을 주운 등산객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런데 댓글을 보고 있자나 참 기가찰 노릇이다. 야산의 밤 좀 주운게 무슨 잘못이냐며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부터, 농촌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며 농장주를 매정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주장까지... 정말 이 사람이 무죄이고, 농장주가 매정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이 사람은 정말 무죄일까?

 

아니다. 유죄다. 비록 그가 그곳이 밤 농장임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그는 분명 남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몰랐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밤을 주운것 뿐이지, 나무를 흔들어 딴 것도 아니지 않느냐. 밤에 이름 써 놓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는 분도 있는데, 그 곳은 사유지다. 그리고 밤의 수확법은 익어서 떨어지면 그것을 줍는 방식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위의 예시에서 당신은 왜 2번을 선택했나? 그대로 아래에 적용시켜 보시기 바란다.

 

농장주는 매정한 사람인가?

 

주인을 비난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깟 밤 좀 주웠다고 신고는 너무하다. 농촌인심 사납다. 밤 몇톨 주워가고, 고추 몇개 따 간다고 망하느냐' 의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가게에서 8만원어치 물건을 훔쳤다.(문제의 밤의 액수가 8만원 가량이라 한다) 당신은 넓은 아량으로 웃으며 보내줄지 신고를 할지 물어보는 건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다. 그를 그냥 보내준다면 당신은 참 맘이 좋다는 소릴 듣겠지만, 그를 처벌한다고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없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촌 사람은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절도범을 처벌하면 안되는 것인가? 농촌 사람의 재산도 소중하다. 아, 그래도 그냥 지나가는 길에 몇개(8만원어치...) 주웠을 뿐이라고 당신은 거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나가는 길에 한 번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주인 입장에서는 그 동안 다녀간 수 없이 많은 절도범 중 오늘 잡힌 한 녀석일 뿐이다. 농촌 인심이 사나운게 아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추 몇개 따간다고 농촌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나 할것 없이 그런식으로 따 간다면? 오며가며 남의 농작물을 따 가는 사람들한테는 그까짓 몇개이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그것이 모이고 모이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이번 사건의 경우 몇개 주웠다는 밤이 8만원어치 - 20kg 이상이라고 한다. 배낭으로 한~가득) 앉아서 돈이 줄줄 새 나가고 있는데 어찌 참으란 말이냐. 게다가 이 서투른 양반들이 농작물 줄기를 꺾고 짓밟아 놓아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아직도 감이 안 오실 분들을 위해 이번에도 꽃게잡이랑 비교를 하겠다. 그 넓디 넓은 바다. 중국 어선들이 와서 같이 좀 잡는다고 고기가 사라지고 꽃게가 사라지겠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지금 씨가 말라가고 있단다.

 

이번일은 애초에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초등학교때 배운 상식과 도덕만 있어도 알만한 일이다. 농촌 인심 운운하기 이전에 기본으로 돌아가자. 내것이 소중하듯 남의 것도 소중한 것이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는 분이라면 장차 크게 되실 분인지도 모르겠다. 그까짓 세금 좀 안내고, 군대 좀 안 다녀온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는가? 그런걸 가지고 비난하다니 이 나라 국민들 참으로 인심이 사납지 아니한가?

 

2009년 9월 20일 일요일

해상도는 인터넷쇼핑몰의 전가의 보도?

판매자 - "고객님 이건 모니터 해상도에 따라서 색상이 달라 보일 수가 있.... "

구매자 - "아니 무슨 또 해상도 얘깁니까? 색상이 어느정도 비슷한 것도 아니고 이건 완전히 다른 색인데..."

판매자 - "그건 고객님 주관이고요. 색상은 이게 맞....."

구매자 - "주관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릴 하는겁니까? 아니 그럼 제가 녹색과 남색도 구분을 못한다는 겁니까?"

전화통화 몇분만에 결국 나는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 색상은 모니터 해상도나 그래픽카드 설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 사이즈는 재는 위치와 방법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서 가장 많이 보고 듣게되는 말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분노를 가장 자극하는 말이기도하다.

 

온라인 쇼핑몰 관련 분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도 의류 관련 분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치수나 색상에 관한 것이 제일 많을 것이다. 옷이라는 것이 공산품 중에서는 비교적 그 규격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고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큰 제품이다. 따라서 직접 현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구입할 수 없는 인터넷 쇼핑몰의 특성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분쟁 발생시에 쇼핑몰측의 대답은 한결같다. 해상도와 그래픽카드, 재는 방법 ...

 

그래 맞다. 의류라는 것이 오차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것이 아닐까? 정말 모니터 탓, 재는 방법 탓일까?

 

모니터 해상도 및 그래픽 카드에 따라 색상이 얼마나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사실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던 것은 수십년 된 옛날 얘기다. 컴퓨터의 발달 초기에나 있던 일이지 지금처럼 기술이 극한에 오른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삼성이 그리고 NVIDIA의 기술이 기본 색상도 제대로 구현 못하는 그런 수준이란 말인가?) 그리고 기술표준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우리는 다루는 환경은 일반적 환경이지 특수 환경이 아니다. 좋다. 넓은 마음으로 오차를 많이 인정해주기로 하자. 그런데 그래도 녹색이 남색으로, 노란색이 붉은색으로 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치수는 색상에 비해서 오차가 발생하기 더 쉽다. 재는 방법, 옷의 소재,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역시 아무리 오차를 감안해도 키180cm에 몸무게 70Kg의 모델이 넉넉하게 입었던 옷이 왜 키 170에 몸무게 60도 안 나간다는 고객에겐 작은걸까? 아니면 반대로 키 190에 80kg의 고객이 크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건 대체 뭘까? 게시판에 불만을 터트리는 그들은 다 특이 체형이란 말인가?

 

이제는 제발 눈 앞의 이익만 좇는 그런 행위는 그만했으면 한다. 삼성이 1위가 된 배경에는 우수한 품질도 있지만 철저한 A/S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삼성 A/S를 처음 받을 때 기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까짓거 뭐 열받으면 걍 망치로 때려 부수세요. 그래도 다 바꿔드립니다~'. 라는 말과 ' 그건 고객님의 주관 ....' 이라는 말의 차이는 너무도 극명하지 않은가?

 

별것도 아닌걸로 트집을 잡거나 맘에 들지 않는 손님을 가리켜 상인들이 속된말로 '진상'이라고 하는걸로 안다. 그런데 이걸 알아 두시기 바란다. '진상가게'에는 결국 그 '진상주인'을 상대할만큼의 정신적 에너지가 넘치는 '진상손님' 만 남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결국 이득을 보는것은 쇼핑몰 주인도 손님도 아니다. 중간에 열심히 뛴 택배사일 뿐.

 

 

* 소보원에서 2005년에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조사한 연구자료가 있더군요. 내용은 짐작대롭니다. 그때와 지금과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별반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그 내용 중 몇줄을 가져왔습니다. 그 업주분께선 소보원도 주관에 사로잡힌 단체라고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그런 치수 관련 광고 내용이 정확한지 시험한 결과,광보 보다 실제
의류가 크거나 작은 것이 6종, 실제 의류 치수를 표시하지 않은 것
이 3종(부분미표시 포함)으로 정확한 치수 정보 제공이 필요한 것으
로 나타남"

 

"시험대상 의류 14종의 광고내용을 혼용률, 세탁방법, 실제 의류 치
수 세 가지에 대해 평가한 결과, 세가지 정보를 모두 정확하게 제
공한 곳이 단지 1곳에 불과함."

 

"시험결과 14종 중 43%인 6종이 색상차이 등 외관상의 결점들이 있
어,의류의 기본적인 품질 수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남.
- 특히, 주문한 세벌 중 나중에 배송된 두 벌이 앞서 배송된 한 벌
과 색상이 달라 색상의 균일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예도 있음."

2009년 9월 18일 금요일

온도차

인터넷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검색하던 중 재미있는 사이트를 보게 되었습니다. 검색의 목적은 요즘 떠들썩한 위장전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그 개념을 확실히 하기 위함이었지요. 그리하여 들어간 어느 사이트에는 적어도 제게는 좀 충격적이고 받아들이기 힘든 글이 있었습니다.

 

위장전입은 두말할 나위 없이 명백한 불법입니다. 그 이유야 어찌됐든 불법이기에 공직자 청문회에 선 후보자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땀을 흘려 변명을 하는 것이겠지요. 법적, 사회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면 애써 변명을 할 필요도 없겠죠. 실제로 지금까지 청문회장에 선 후보자들 중 위장전입 사실을 숨기거나 변명하는 사람은 수 없이 많았지만, 그 사실을 당당히 여기던 사람은 없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오늘 본 글은 좀 색다르더군요. 위장전입이 뭐 크게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위장전입의 위법성 자체를 부인할 뿐 아니라, 청문회에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을 국민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로 규정하더군요. 어차피 정치권 열이면 아홉이 하는 것, 국민 대다수가 하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건설적이지 못하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곳의 사람들 다수가 그 의견에 매우 공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과 우리의 상식 사이에는 뭔가 큰 온도차가 있는듯 합니다.

 

법으로 위장전입을 막는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이 현재 우리의 국가사회 시스템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죠. 위장전입을 어떤 경우에 하는지 생각해보면 그 답이 나옵니다. 부동산 투기,탈세 그리고 학군문제와 같은 것이죠.(교육 문제로 하는 위장전입도 결국은 국가 시스템에 혼란을 가져오기 때문에 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옳지 못한 목적으로 행했던 범범한 행위를 묵과해 주는 것이 국가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 이제는 어떤 위법행위를 했는가가 그 사람의 능력과 위치를 가늠하는 척도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돼 가고 있는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과거의 위법한 과오가 평생의 족쇄가 되는것은 옳지 못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자랑거리, 편들고 감싸줄 일은 아닐 것입니다. 변명은 어쩔 수 없다지만, 적어도 부끄러운 줄은 알아야 하지 않을런지요.

2009년 9월 17일 목요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늘 그래왔고 별다른 것 없었던 사이. 가까워 특별히 생각할 것 없었던 그 사람이 어느날 나에게 예상밖의 심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내 기대를 저버릴때, 우리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뭘 어쨌다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지? 원래 이런 놈이었나?"

 

우리는 가끔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때면 우리는 상대방에 맞서 함께 분노하거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로 그의 변덕을 이해하려 한다. 그런데 정말 그가 나의 기대를 저버린 것일까? 그가 변한것일까? 역시 사람 속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가!

 

그런데, 혹시 그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그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였을 뿐이었고 단지 그의 많은 얼굴 중 그 부분이 좀 덜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애써 그 모습을 외면했거나 친분이 깊다는 이유로 방심한 나머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진실인지도 모른다.

 

이런 오해를 겪으면서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관계는 더 탄단해진다.(물론 영원한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화해의 제스쳐를 취할때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손해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머리로는 먼저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 큰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가슴속에서는 왠지 억울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숙이고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란... 억울함의 원인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온다. 이런 오해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것일까. 감추었던 일면을 폭발시킨 그인가? 둔감한 나인가...

2009년 9월 16일 수요일

명절 공포증

추석이 이제 보름가량 남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그것이 그리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즐겁기보단 오히려 스트레스라 할까... 사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잘 몰라 그들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명절때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까.

 

명절이란 것이 본래 즐거운 날일 것이다. 일년 중 특별한 날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온 가족,친지들이 모여 즐겁게 노는 날. 조상을 기리고 풍성한 음식과 더불어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날. 이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운 날이 있을까?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반가운 얼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거리 이동, 명절 음식장만과 같은 육체적인 고통은 힘든 축에도 못낄런지 모른다. 그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말들이다.

 

"결혼은 언제할거니? 아직도 짝이 없어서야..."

"○○ 이는 아직도 취직을 못했다지. 요새 청년 실업이 큰일이야.."

"이번에 옆집 개똥이는 승진했다더라. 개똥이 그 녀석 인물도 잘 났어, 성격 좋아, 능력있어, 개똥이 부모는 이제 걱정이 없겠어."

언제 그렇게 서로에게 관심이 많고 애정이 깊었는지, 평소 연락도 잘 안하던 친척들이 서로의 근황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파내어 걱정과 칭찬아닌 칭찬을 한다. 그 중 점잖은 분들은 별 말이 없지만, 이미 그곳에는 두 층의 공기가 흐른다.

 

우리는 비교를 많이 한다. 그런 비교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바로 명절인듯하다. 그런데 이 비교라는 것이 비교의 대상과 그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좋을때는 별 문제가 없다. 허나 현실이 어디 그런가. 두 비교 대상 중 하나 혹은 청자 중 적어도 누군가 하나는 그 가벼운 저울질에 미소띤 얼굴과 달리 가슴은 굳어가는 것을...

 

우리 사회는 유독 타인의 사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또 그것을 비교하는데 열중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지나치게 그것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괴롭힌다. 그것도 매년 두어차례.

해마다 안타깝다. 우리의 무의식 중에 녹아있는 그 무엇, 우리의 생활속에 배어 있는 그 무엇을 조금씩만 제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서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있다면 명절이 조금 더 즐거워질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