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에 나포 되었다. 배에는 한 가득 꽃게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결단코 고의적 영해 침범이 아니며, 그저 실수였다고 한다. 해경은 이들을 [.....] 하였다.
자, 괄호 안에는 어떤 문구가 들어가는게 옳다고 생각하시는가?
1. 무죄방면 하였다.(배에 수북~히 실린 꽃게와 함께 중국으로...)
2. 영해침범 및 불법조업 혐의로 입건하였다.
아마 다들 2번을 선택하셨을 것이다. 당연하다. 실수라 할지언정 그들은 우리 영해를 침범했고, 그곳에서 불법조업 중에 적발되었다. 그리고 배에는 그 증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야산에서 밤을 주운 등산객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런데 댓글을 보고 있자나 참 기가찰 노릇이다. 야산의 밤 좀 주운게 무슨 잘못이냐며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부터, 농촌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며 농장주를 매정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주장까지... 정말 이 사람이 무죄이고, 농장주가 매정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이 사람은 정말 무죄일까?
아니다. 유죄다. 비록 그가 그곳이 밤 농장임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그는 분명 남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몰랐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밤을 주운것 뿐이지, 나무를 흔들어 딴 것도 아니지 않느냐. 밤에 이름 써 놓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는 분도 있는데, 그 곳은 사유지다. 그리고 밤의 수확법은 익어서 떨어지면 그것을 줍는 방식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위의 예시에서 당신은 왜 2번을 선택했나? 그대로 아래에 적용시켜 보시기 바란다.
농장주는 매정한 사람인가?
주인을 비난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깟 밤 좀 주웠다고 신고는 너무하다. 농촌인심 사납다. 밤 몇톨 주워가고, 고추 몇개 따 간다고 망하느냐' 의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가게에서 8만원어치 물건을 훔쳤다.(문제의 밤의 액수가 8만원 가량이라 한다) 당신은 넓은 아량으로 웃으며 보내줄지 신고를 할지 물어보는 건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다. 그를 그냥 보내준다면 당신은 참 맘이 좋다는 소릴 듣겠지만, 그를 처벌한다고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없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촌 사람은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절도범을 처벌하면 안되는 것인가? 농촌 사람의 재산도 소중하다. 아, 그래도 그냥 지나가는 길에 몇개(8만원어치...) 주웠을 뿐이라고 당신은 거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나가는 길에 한 번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주인 입장에서는 그 동안 다녀간 수 없이 많은 절도범 중 오늘 잡힌 한 녀석일 뿐이다. 농촌 인심이 사나운게 아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추 몇개 따간다고 농촌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나 할것 없이 그런식으로 따 간다면? 오며가며 남의 농작물을 따 가는 사람들한테는 그까짓 몇개이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그것이 모이고 모이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이번 사건의 경우 몇개 주웠다는 밤이 8만원어치 - 20kg 이상이라고 한다. 배낭으로 한~가득) 앉아서 돈이 줄줄 새 나가고 있는데 어찌 참으란 말이냐. 게다가 이 서투른 양반들이 농작물 줄기를 꺾고 짓밟아 놓아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아직도 감이 안 오실 분들을 위해 이번에도 꽃게잡이랑 비교를 하겠다. 그 넓디 넓은 바다. 중국 어선들이 와서 같이 좀 잡는다고 고기가 사라지고 꽃게가 사라지겠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지금 씨가 말라가고 있단다.
이번일은 애초에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초등학교때 배운 상식과 도덕만 있어도 알만한 일이다. 농촌 인심 운운하기 이전에 기본으로 돌아가자. 내것이 소중하듯 남의 것도 소중한 것이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는 분이라면 장차 크게 되실 분인지도 모르겠다. 그까짓 세금 좀 안내고, 군대 좀 안 다녀온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는가? 그런걸 가지고 비난하다니 이 나라 국민들 참으로 인심이 사납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