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3일 수요일

농작물 절도, 농촌인심 운운마라!

우리 영해에서 불법 조업을 하던 중국 어선이 해경에 나포 되었다. 배에는 한 가득 꽃게가 실려 있었다. 그들은 결단코 고의적 영해 침범이 아니며, 그저 실수였다고 한다. 해경은 이들을 [.....] 하였다.

 

자, 괄호 안에는 어떤 문구가 들어가는게 옳다고 생각하시는가?

1. 무죄방면 하였다.(배에 수북~히 실린 꽃게와 함께 중국으로...)

2. 영해침범 및 불법조업 혐의로 입건하였다.

아마 다들 2번을 선택하셨을 것이다. 당연하다. 실수라 할지언정 그들은 우리 영해를 침범했고, 그곳에서 불법조업 중에 적발되었다. 그리고 배에는 그 증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야산에서 밤을 주운 등산객이 절도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그런데 댓글을 보고 있자나 참 기가찰 노릇이다. 야산의 밤 좀 주운게 무슨 잘못이냐며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부터, 농촌 인심이 예전같지 않다며 농장주를 매정한 사람으로 몰아붙이는 주장까지... 정말 이 사람이 무죄이고, 농장주가 매정한 사람이라 생각하는가?

 

이 사람은 정말 무죄일까?

 

아니다. 유죄다. 비록 그가 그곳이 밤 농장임을 몰랐다고 할지라도 그는 분명 남의 재물을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몰랐다고 그 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땅에 떨어진 밤을 주운것 뿐이지, 나무를 흔들어 딴 것도 아니지 않느냐. 밤에 이름 써 놓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 는 분도 있는데, 그 곳은 사유지다. 그리고 밤의 수확법은 익어서 떨어지면 그것을 줍는 방식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위의 예시에서 당신은 왜 2번을 선택했나? 그대로 아래에 적용시켜 보시기 바란다.

 

농장주는 매정한 사람인가?

 

주인을 비난 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깟 밤 좀 주웠다고 신고는 너무하다. 농촌인심 사납다. 밤 몇톨 주워가고, 고추 몇개 따 간다고 망하느냐' 의 두 가지로 압축해 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당신의 가게에서 8만원어치 물건을 훔쳤다.(문제의 밤의 액수가 8만원 가량이라 한다) 당신은 넓은 아량으로 웃으며 보내줄지 신고를 할지 물어보는 건 어리석은 질문일 것이다. 그를 그냥 보내준다면 당신은 참 맘이 좋다는 소릴 듣겠지만, 그를 처벌한다고 누구도 당신을 비난할 수 없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촌 사람은 내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절도범을 처벌하면 안되는 것인가? 농촌 사람의 재산도 소중하다. 아, 그래도 그냥 지나가는 길에 몇개(8만원어치...) 주웠을 뿐이라고 당신은 거들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은 지나가는 길에 한 번이었을지 모르겠으나 주인 입장에서는 그 동안 다녀간 수 없이 많은 절도범 중 오늘 잡힌 한 녀석일 뿐이다. 농촌 인심이 사나운게 아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생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추 몇개 따간다고 농촌 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나 할것 없이 그런식으로 따 간다면? 오며가며 남의 농작물을 따 가는 사람들한테는 그까짓 몇개이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그것이 모이고 모이면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이번 사건의 경우 몇개 주웠다는 밤이 8만원어치 - 20kg 이상이라고 한다. 배낭으로 한~가득) 앉아서 돈이 줄줄 새 나가고 있는데 어찌 참으란 말이냐. 게다가 이 서투른 양반들이 농작물 줄기를 꺾고 짓밟아 놓아 그 피해는 더 커진다. 아직도 감이 안 오실 분들을 위해 이번에도 꽃게잡이랑 비교를 하겠다. 그 넓디 넓은 바다. 중국 어선들이 와서 같이 좀 잡는다고 고기가 사라지고 꽃게가 사라지겠는가? 정답은 그렇다이다. 지금 씨가 말라가고 있단다.

 

이번일은 애초에 논쟁거리가 되지 못한다. 우리가 초등학교때 배운 상식과 도덕만 있어도 알만한 일이다. 농촌 인심 운운하기 이전에 기본으로 돌아가자. 내것이 소중하듯 남의 것도 소중한 것이다.

 

그래도 납득할 수 없는 분이라면 장차 크게 되실 분인지도 모르겠다. 그까짓 세금 좀 안내고, 군대 좀 안 다녀온다고 나라가 망하기야 하겠는가? 그런걸 가지고 비난하다니 이 나라 국민들 참으로 인심이 사납지 아니한가?

 

댓글 16개:

  1. 저도 참 촌출신으로써 어릴때 농사짓던 사람으로써..



    농산물 멋대로 가져가고 인심이어저고.. 솔직히 화나더군요.



    그들은 과연 아는걸까요.. 한밭대기 전체로 거래된다는 사실을..



    물론 대추나 밤 이런류의 나무에서따는 종류는 좀 다르긴 하지만..



    암튼 조금씩 조금씩 맘대로 인심타령하며 가져가버리면 한밭대기전체가 거래가 안된다는 사실을.. 하여튼 정말 이기적이라는 생각밖에 안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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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짱 - 2009/09/24 06:47
    이기심과 무지. 그리고 어줍잖은 우월감(우월하긴 한가요?) 그런게 작용한 결과가 아닌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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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서로가 지키는 예절이 있기를

    농사를 짓는 분을 헤아리고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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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테리우스원 - 2009/09/25 11:09
    '나'라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하면 쉬운 일이죠.



    환절기 건강관리 잘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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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 이런 일도 있었군요. @_@

    허긴.. 기억을 더듬어 보니.. 예전에 밤 주으러 산에 간다던 이들도 있었는데..

    이제 보니.. 절도하러 간 것이었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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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어릴 때 친구 따라 참외서리, 수박서리 해 본 적이 있는데 이 글을 보니 후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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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수박서리 같은 것을 쉽게만 생각했는데...그게 아니군요.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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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Bacon - 2009/09/25 15:29
    네. 정말로 임자 없는 밤인 경우도 있지만,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가서 주워올 정도로 밤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면 십중팔구 밤 농장입니다. 더러는 모르고 가는이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 알고 갑니다. 그렇기에 안 걸리게 새벽녘에 많이들 갑니다. 얼른 줍고 도망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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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김명곤 - 2009/09/25 16:16
    그렇게 후회하실것 까지야 없습니다. 어린시절에 하셨던 수박서리와 지금의 상황은 다르니까요.

    그때의 수박서리는 어린 아이들이 하는 것이었고, 또 배고픈 시절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러기에 '수박절도'라 하지 않고 '수박서리'라고 하여 사회적으로도 어느선에서 용인을 해 주었던 것이고요.

    허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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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소박한꿈 - 2009/09/25 17:23
    네~ 가벼이 볼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서리'와 '절도'는 다른 것이고요. 소박한꿈님이 어린시절 하셨던것은 '수박서리'이고, 요즘 어른들이 하는 것은 '농작물절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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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큰아버지께서 딸기농장을 하시는데 근처 학교 학생들이 서리라는 이름으로 온 딸기밭을 다 짖밟아 놓은일이 있었습니다. 그 부모들이 와서 한다는 말이 "시골인심 각박하다"고 했다더군요. 입장바꿔서 생각하면 답이 나올텐데 어찌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하는지... 야속할때가 한 두 번이 아닌 세상입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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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판도라 - 2009/09/29 13:41
    많이 속상하셨겠군요.

    참 웃긴 일입니다. 왜 시골인심은 도시 사람에게 후해야 할까요? 도시민은 뭔가 특권 계층인가요? 그 발상 자체가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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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농장주 입장에서는 재산을 도난당한 거네요. 밤을 주어가는 등산객이 한 두 사람이 아닐테니..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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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아이디어팩토리 - 2009/09/30 13:46
    네. 1년을 가꾸고 기다려 수확하려던 재산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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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저도 시댁이 농사를 지어서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합니다. 한두사람도아니고 여러사람 손을 타면 그건 도둑 맞은 거지요.

    주인이 주는 것과 주인이 주지도 않았는데 가져가는 것은 엄연히 차이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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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초록누리 - 2009/10/11 00:50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농작물은 그냥 저절로 나서 자라는 것인줄 아나봅니다.

    농민들은 1년 내내 놀다가 그저 거둬들이기만 하는 줄로 아는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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