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6일 수요일

명절 공포증

추석이 이제 보름가량 남았다. 명절이 다가오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다. 그것이 그리 좋은 기분만은 아니다. 즐겁기보단 오히려 스트레스라 할까... 사실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은 나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찌 사는지 잘 몰라 그들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명절때면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을까.

 

명절이란 것이 본래 즐거운 날일 것이다. 일년 중 특별한 날에 하던 일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며 온 가족,친지들이 모여 즐겁게 노는 날. 조상을 기리고 풍성한 음식과 더불어 서로의 행복을 기원하는 그런 날. 이보다 더 편안하고 즐거운 날이 있을까?

 

그런데,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우리를 맞이하는 것은 반가운 얼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장거리 이동, 명절 음식장만과 같은 육체적인 고통은 힘든 축에도 못낄런지 모른다. 그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주변의 시선과 말들이다.

 

"결혼은 언제할거니? 아직도 짝이 없어서야..."

"○○ 이는 아직도 취직을 못했다지. 요새 청년 실업이 큰일이야.."

"이번에 옆집 개똥이는 승진했다더라. 개똥이 그 녀석 인물도 잘 났어, 성격 좋아, 능력있어, 개똥이 부모는 이제 걱정이 없겠어."

언제 그렇게 서로에게 관심이 많고 애정이 깊었는지, 평소 연락도 잘 안하던 친척들이 서로의 근황에 대해 미주알 고주알 파내어 걱정과 칭찬아닌 칭찬을 한다. 그 중 점잖은 분들은 별 말이 없지만, 이미 그곳에는 두 층의 공기가 흐른다.

 

우리는 비교를 많이 한다. 그런 비교가 극에 달하는 순간이 바로 명절인듯하다. 그런데 이 비교라는 것이 비교의 대상과 그에 관계하는 사람들의 상황이 좋을때는 별 문제가 없다. 허나 현실이 어디 그런가. 두 비교 대상 중 하나 혹은 청자 중 적어도 누군가 하나는 그 가벼운 저울질에 미소띤 얼굴과 달리 가슴은 굳어가는 것을...

 

우리 사회는 유독 타인의 사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또 그것을 비교하는데 열중한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지나치게 그것에 열중한 나머지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괴롭힌다. 그것도 매년 두어차례.

해마다 안타깝다. 우리의 무의식 중에 녹아있는 그 무엇, 우리의 생활속에 배어 있는 그 무엇을 조금씩만 제어할 수 있다면, 그리고 서로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있다면 명절이 조금 더 즐거워질텐데...

댓글 3개:

  1. trackback from: 이제 제사음식도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민족 대 명절 '설'입니다. 보너스 받아 행복하고, 쉬는 날이어서 더 좋은 신나는 날입니다. 다만 이제 차례음식 준비하려면 노동력 착출이 된다는 것이....ㅠㅠ (일도 안하면서 요런 식으로 말하는거 알면 엄마랑 동생이 분노할지도 모르겠습니다..ㅋ) 저는 일도 잘 못하고, 안하고, 대개 아이들 보는 일을 맡지만... 그럼에도 할 일이 많습니다. 우선 공포의 전.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부쳐도 부쳐도 끝도 안나고, 그 좋아하는 전도 온종일 기름냄새..

    답글삭제
  2. 정말 무섭죠....

    가족이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 것은 참 행복하지만..

    그 행복보다는 고통이 못지않게 큰거 같아요...ㅡㅡ;;

    답글삭제
  3. @라라윈 - 2009/09/21 00:10
    왜 좋은일에 우리가 고통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