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20일 일요일

해상도는 인터넷쇼핑몰의 전가의 보도?

판매자 - "고객님 이건 모니터 해상도에 따라서 색상이 달라 보일 수가 있.... "

구매자 - "아니 무슨 또 해상도 얘깁니까? 색상이 어느정도 비슷한 것도 아니고 이건 완전히 다른 색인데..."

판매자 - "그건 고객님 주관이고요. 색상은 이게 맞....."

구매자 - "주관이라니요? 대체 무슨 소릴 하는겁니까? 아니 그럼 제가 녹색과 남색도 구분을 못한다는 겁니까?"

전화통화 몇분만에 결국 나는 소리를 지를 수 밖에 없었다.

 

- 색상은 모니터 해상도나 그래픽카드 설정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날 수도 있습니다. / 사이즈는 재는 위치와 방법에 따라 오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우리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면서 가장 많이 보고 듣게되는 말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분노를 가장 자극하는 말이기도하다.

 

온라인 쇼핑몰 관련 분쟁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아마도 의류 관련 분야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치수나 색상에 관한 것이 제일 많을 것이다. 옷이라는 것이 공산품 중에서는 비교적 그 규격을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고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큰 제품이다. 따라서 직접 현장에서 물건을 고르고 구입할 수 없는 인터넷 쇼핑몰의 특성상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많은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분쟁 발생시에 쇼핑몰측의 대답은 한결같다. 해상도와 그래픽카드, 재는 방법 ...

 

그래 맞다. 의류라는 것이 오차의 발생이 상대적으로 쉬운 제품이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것이 아닐까? 정말 모니터 탓, 재는 방법 탓일까?

 

모니터 해상도 및 그래픽 카드에 따라 색상이 얼마나 달라 보일 수 있을까? 사실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런 일이 벌어지던 것은 수십년 된 옛날 얘기다. 컴퓨터의 발달 초기에나 있던 일이지 지금처럼 기술이 극한에 오른 상황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삼성이 그리고 NVIDIA의 기술이 기본 색상도 제대로 구현 못하는 그런 수준이란 말인가?) 그리고 기술표준은 괜히 있는게 아니다. 물론 그럼에도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차이는 전문가의 영역이다. 우리는 다루는 환경은 일반적 환경이지 특수 환경이 아니다. 좋다. 넓은 마음으로 오차를 많이 인정해주기로 하자. 그런데 그래도 녹색이 남색으로, 노란색이 붉은색으로 보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치수는 색상에 비해서 오차가 발생하기 더 쉽다. 재는 방법, 옷의 소재, 입는 사람의 체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역시 아무리 오차를 감안해도 키180cm에 몸무게 70Kg의 모델이 넉넉하게 입었던 옷이 왜 키 170에 몸무게 60도 안 나간다는 고객에겐 작은걸까? 아니면 반대로 키 190에 80kg의 고객이 크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건 대체 뭘까? 게시판에 불만을 터트리는 그들은 다 특이 체형이란 말인가?

 

이제는 제발 눈 앞의 이익만 좇는 그런 행위는 그만했으면 한다. 삼성이 1위가 된 배경에는 우수한 품질도 있지만 철저한 A/S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삼성 A/S를 처음 받을 때 기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까짓거 뭐 열받으면 걍 망치로 때려 부수세요. 그래도 다 바꿔드립니다~'. 라는 말과 ' 그건 고객님의 주관 ....' 이라는 말의 차이는 너무도 극명하지 않은가?

 

별것도 아닌걸로 트집을 잡거나 맘에 들지 않는 손님을 가리켜 상인들이 속된말로 '진상'이라고 하는걸로 안다. 그런데 이걸 알아 두시기 바란다. '진상가게'에는 결국 그 '진상주인'을 상대할만큼의 정신적 에너지가 넘치는 '진상손님' 만 남게 된다는 것을. 그리고 결국 이득을 보는것은 쇼핑몰 주인도 손님도 아니다. 중간에 열심히 뛴 택배사일 뿐.

 

 

* 소보원에서 2005년에 인터넷 쇼핑몰에 대해 조사한 연구자료가 있더군요. 내용은 짐작대롭니다. 그때와 지금과 4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별반 차이는 없어 보입니다. 그 내용 중 몇줄을 가져왔습니다. 그 업주분께선 소보원도 주관에 사로잡힌 단체라고 하실지 궁금해집니다.

 

"그런 치수 관련 광고 내용이 정확한지 시험한 결과,광보 보다 실제
의류가 크거나 작은 것이 6종, 실제 의류 치수를 표시하지 않은 것
이 3종(부분미표시 포함)으로 정확한 치수 정보 제공이 필요한 것으
로 나타남"

 

"시험대상 의류 14종의 광고내용을 혼용률, 세탁방법, 실제 의류 치
수 세 가지에 대해 평가한 결과, 세가지 정보를 모두 정확하게 제
공한 곳이 단지 1곳에 불과함."

 

"시험결과 14종 중 43%인 6종이 색상차이 등 외관상의 결점들이 있
어,의류의 기본적인 품질 수준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남.
- 특히, 주문한 세벌 중 나중에 배송된 두 벌이 앞서 배송된 한 벌
과 색상이 달라 색상의 균일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예도 있음."

댓글 6개:

  1. 저도 저런말 몇번 들어봤는데..



    짜증만나고..ㅎㅎ 인터넷으로 옷사는건 정말 조심해야 할꺼 같아요..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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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용짱 - 2009/09/20 12:04
    이런 상황에 처하면 참 짜증나고 난감해요. 가격도 이걸 그냥 포기할까말까 고민하게 하는 수준에 딱 걸쳐 있는지라... 한판 싸워야 하는건지 포기해야 하는건지 고민도 되고요. 정말 피곤하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나오면 괘씸해서 그냥은 못 봐주겠더라고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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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정말 공감됩니다.

    색상이 실제로 보던 것과 달라요.. 하면 늘 해상도 문제...ㅡㅡ;;;

    그러나 정확히는 모니터의 해상도 보다는

    사진으로 찍는 과정에서 색감이 잘못 인식되는 점이나

    보정하는 과정에서 색감을 잘못 조정하는 문제가 더 클거 같아요..

    그 이미지가 고객 모니터에 따라 더 갈색으로, 또는 더 푸른느낌으로 색감이 변해서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안내문구를 적을 때는 "해상도에 따라" 가 아니라

    "사진촬영과정의 오류에 따라" 이런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살짝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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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라라윈 - 2009/09/21 00:07
    네. 맞습니다. 실상은 그것이라 봅니다.

    사진 촬영과정에서 빛과 각도, 카메라 기종에 따라 오차가 많이 발생하죠. 그리고 그래픽 프로그램으로 사진을 편집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실은 밝히지 않죠. 그리고 사진을 찍고 편집하는 과정이 실제와 가장 가깝게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가장 보기좋게 왜곡하는 과정으로 이뤄진다는 것이지요.

    그리고는 항상 모니터, 그래픽카드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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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이런 부분들이 온라인몰에 대한 신뢰를 완벽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유죠.

    한때 어떤 쇼핑몰에서는 화면의 컬러와 제품의 컬러가 같음을 인증하는 마크가 달린 독특한 기술과 서비스를 선보인 적이 있었죠.

    그런 기술이 보편화되면 온라인몰도 조금은 신뢰가 생기겠죠?

    최근 모 광고에서 2NE1에서 박봄이 말하던 멘트가 생각나네요..

    '아저씨~! 이거 핑크 맞아요? 살색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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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핫스터프 - 2009/09/21 21:58
    애초에 기본 마인드가 잘못돼 있다고 봅니다. 신뢰따위엔 관심도 없는게 아닌가 싶어요. 일단 땡기고 보자~ 는 식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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