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9일 월요일

신념

우리는 안정된 지위, 편리한 생활, 익숙한 환경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을까요?

 

친척 분 중에 목사님이 있습니다. 저 아래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목사가 되신지도 오래 되었고, 자식들 다 잘 키워 안정된 직장에 좋은 배필 구해 시집장가 잘 보냈으니 걱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부부간에 화목하고 신도들에 존경 받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분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분이 훌쩍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동남아의 어느 나라로 떠나버린 겁니다. 이미 60이 넘은 나이에 위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 것이죠. 처음 소식을 들었을땐 새삼 놀라웠습니다. 목사까지 된 분이니 그 분의 신앙심이야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나이에 이만큼 일궈놓고 그것을 다 버리고 동남아라니...

 

그 분 말씀을 들으니 그곳은 참으로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일단 날씨가 너무너무 덥답니다. 우리나라 여름날의 더위는 봄날이라는군요. 흘러내린 땀으로 옷이 푹 젖어 몸에 달라붙어서 벗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의 생활 수준은 우리나라 5~60년대의 생활을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국의 거지조차도 그 곳 사람들보다는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을거라 하더군요.

 

그 분이 그곳으로 간지도 벌써 1년도 넘은 듯 합니다. 수개월 전에 그 분을 봤을 때, 얼굴이 무척 수척해지셨더군요. 사실 저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위에 종교에 관계된 분들이 적잖이 있지만 그야 그분들의 사정이지 저는 어느 종교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오히려 종교를 조금 싫어한달까요..) 그리고 그 분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존경심이 처음으로 들더군요. 내 가족이 있고 나의 모든 것이 있는 익숙하고 편리한 내 조국을 떠나 그 분을 그곳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저마다 가슴속에 다른 꿈과 신념을 갖고 삽니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혹은 철학적인... 저마다 이런 것이 있지만, 과연 정말로 그것을 가슴에 크게 품고 그 어떤 역경이라도 딛고 나가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나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과연 무엇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이 들더군요...

댓글 17개:

  1. 대단하네요 ^^;; 저는 종교가 없어서 어떤마음인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분들도 대단하시고... 저에게는 절대 일어날수없는일 ;; 혹시 무슨계기로 종교를 믿을지는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힘든 얘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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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분홍별장미 - 2009/10/19 20:49
    꼭 종교적인 신념만이 사람을 특별한 길로 인도하는 것은 아니지요.

    분홍별장미님께서도 앞으로 또 어떤 길을 어떤 신념으로 가게 될지는 알 수가 없는 것이죠. 자신을 믿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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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신념...



    전 뭐 사실상 한국사회의 대표적 쓸모없는 인간으로 전락해버리면서.. 신념이고 뭐고 먹고사는게 지상과제가 되어버린..ㄷㄷㄷ

    에효... ㅠㅠ



    그 목사님은 정말 대단하고 용기있는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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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종교적 신념이 대단한 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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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용짱 - 2009/10/20 01:55
    잉여인간이신가요? ㅎ.ㅎ

    용짱님이 잉여면 대한민국 블로거의 90%는 잉여겠군요.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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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ennpenn - 2009/10/20 11:06
    네. 저도 감탄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그건 정말 배워야 할것 같아요.(종교적~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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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꼭 종교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누구라도 확고한 신념이 있으면 어려운 길을 걷기마련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그저 하루를 살아내기에 바쁜것이 안타깝습니다. 저도 반성을 해야 겠고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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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넷테나 - 2009/10/21 10:34
    확고한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은 참으로 어렵죠. 많은 사람들은 일생동안 이리저리 비틀대기만 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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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종교를 떠나서 그런 확고한 신념은 정말이지

    존경스럽습니다.



    그 목사님이라는 친척분..

    길을 확실히 알고 가는사삶!바로 그런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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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큰 걸 버릴 줄 알아야 더 큰 걸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목사님은 분명히 더 큰 걸 얻으셨겠죠. 저렇게 인생을 사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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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신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존경스러운 일을 하시는 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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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판도라 - 2009/10/23 16:00
    사람이 다시 보이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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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김상훈 - 2009/10/23 23:20
    아마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흔히 얻기 힘든 어떤걸 얻으셨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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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까시 - 2009/10/25 07:37
    네.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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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종교적 신념이든 사회적 신념이든

    한 가지 신념에 목숨을 걸 수 있다는 것은

    존경할만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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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김명곤 - 2009/10/27 18:22
    모든 걸 다 바칠 그런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 그리고 거기에 진정으로 매진한다는 것.

    둘 다 참으로 어려운 일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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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trackback from: 딴지에 맘에 드는 기사가 올라왔다.
    要는 [신념을 지키는 것이 바른 것이 아니라 신념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신념이 바른 것] 이라고해야하나? 링크를 건다. 신념에 대하여 글쓴이는 알려지지 않은 주시자 라는 분으로 이분도 일본에서 살아가고 계신것 같다. 내 나라를 부끄럽게 하는 내 나라를 이제는 더 이상 어떻게 받아들어야 할까? 해외에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를 포함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4글자가 절망이 아닌 희망의 힘이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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