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정된 지위, 편리한 생활, 익숙한 환경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 이 모든 것을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세상을 향해 나갈 수 있을까요?
친척 분 중에 목사님이 있습니다. 저 아래부터 시작하여 이제는 목사가 되신지도 오래 되었고, 자식들 다 잘 키워 안정된 직장에 좋은 배필 구해 시집장가 잘 보냈으니 걱정이 없는 사람입니다. 부부간에 화목하고 신도들에 존경 받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성공적인 삶을 살아온 분이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 분이 훌쩍 선교활동을 하겠다고 동남아의 어느 나라로 떠나버린 겁니다. 이미 60이 넘은 나이에 위 모든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떠난 것이죠. 처음 소식을 들었을땐 새삼 놀라웠습니다. 목사까지 된 분이니 그 분의 신앙심이야 다시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그 나이에 이만큼 일궈놓고 그것을 다 버리고 동남아라니...
그 분 말씀을 들으니 그곳은 참으로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일단 날씨가 너무너무 덥답니다. 우리나라 여름날의 더위는 봄날이라는군요. 흘러내린 땀으로 옷이 푹 젖어 몸에 달라붙어서 벗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곳의 생활 수준은 우리나라 5~60년대의 생활을 보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국의 거지조차도 그 곳 사람들보다는 훨씬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을거라 하더군요.
그 분이 그곳으로 간지도 벌써 1년도 넘은 듯 합니다. 수개월 전에 그 분을 봤을 때, 얼굴이 무척 수척해지셨더군요. 사실 저는 종교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주위에 종교에 관계된 분들이 적잖이 있지만 그야 그분들의 사정이지 저는 어느 종교에 대해서도 별 관심이 없습니다(오히려 종교를 조금 싫어한달까요..) 그리고 그 분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의 수척해진 얼굴을 보고 있으니 문득 존경심이 처음으로 들더군요. 내 가족이 있고 나의 모든 것이 있는 익숙하고 편리한 내 조국을 떠나 그 분을 그곳으로 이끈 힘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저마다 가슴속에 다른 꿈과 신념을 갖고 삽니다. 정치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혹은 철학적인... 저마다 이런 것이 있지만, 과연 정말로 그것을 가슴에 크게 품고 그 어떤 역경이라도 딛고 나가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다면 나는? 나의 신념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과연 무엇을 향해 나가고 있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