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17일 목요일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늘 그래왔고 별다른 것 없었던 사이. 가까워 특별히 생각할 것 없었던 그 사람이 어느날 나에게 예상밖의 심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내 기대를 저버릴때, 우리는 적잖이 당황하게 된다.

"이 녀석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뭘 어쨌다고!"

"어떻게 나한테 이럴수가 있지? 원래 이런 놈이었나?"

 

우리는 가끔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럴때면 우리는 상대방에 맞서 함께 분노하거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옛말로 그의 변덕을 이해하려 한다. 그런데 정말 그가 나의 기대를 저버린 것일까? 그가 변한것일까? 역시 사람 속을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가!

 

그런데, 혹시 그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사실 그는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였을 뿐이었고 단지 그의 많은 얼굴 중 그 부분이 좀 덜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내가 애써 그 모습을 외면했거나 친분이 깊다는 이유로 방심한 나머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이 진실인지도 모른다.

 

이런 오해를 겪으면서 우리는 서로를 좀 더 이해하게 되고,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면 관계는 더 탄단해진다.(물론 영원한 이별을 고하기도 한다) 그런데 화해의 제스쳐를 취할때 먼저 손을 내미는 쪽이 손해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머리로는 먼저 화해를 청하는 사람이 큰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가슴속에서는 왠지 억울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숙이고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란... 억울함의 원인은 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데서 온다. 이런 오해의 책임은 누구한테 있는 것일까. 감추었던 일면을 폭발시킨 그인가? 둔감한 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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